[도서]까칠한 나에게 들려주는 까칠한 김작가의 시시콜콜 사진이야기

2011. 9. 29. 15:37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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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김작가의 시시콜콜 사진이야기

작가
김한준
출판
엘컴퍼니
발매
2010.08.23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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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들르는 사이트에서 제목부터 눈길을 잡아끄는 책이 있었다. <까칠한 김작가의 시시콜콜 사진이야기> 우선은 까칠하다는 점과 사진 이야기라는 점에서 내 관심을 확실히 잡아 끌었다.

아니 어쩌면 진짜는 그 속에 담긴 작가의 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쓰는 내내 머릿속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음을 내며 저를 괴롭히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정작 나는 사진을 글로 배우지 말라고 외치면서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모순되어 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배우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러 놀러 온 사촌 동생을 대해는 심정으로
소주잔을 기울이며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 김한준


보자마자 신청을 했고 운 좋게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은지 하루만에 생각지도 못한 택배가 도착했다.







소박하게 포장된 봉투속에는 친절한 안내편지와 책한권 그리고 작가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엽서가 들어 있었다.





참 군더더기 없는 표지다. 요즘 무척이나 화려함으로 포장된 책들이 많은데 작가 자신의 프로필로 채워진 소박한 책이 아마도 내용을 대변하는  시작이 아닌가 싶다. 한때는 나도 내 사진과 이야기로 가득한 책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은 적이 있다. 물론 그 꿈은 아직도 유효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언젠간 나도 참 소박하고 푸근한 책한권 정도는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책장을 넘기면 처음부터 질문을 던져온다.

"사진, 잘 찍고 싶으신가요?"

언젠가 사진 수업에서 들어본 말이다.


그 때 내 대답이 어떠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속으로는 "네! 하지만.."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지금도 사진을 잘 찍고 싶다.

근데 그 잘 찍은 사진의 기준이 무엇인지 아직도 헛갈린다.


그 고민을 이 책은 정확하게 지적하면서 시작한다.


다소 까칠하지만 너무나 정확하게 내 의문을 파고드는 질문


"사진 잘 찍고 싶으신가요?"


일상을 비틀어 보기, 어제와 다른 오늘을 느끼기, 매일 보는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기

사진을 잘 찍기 위한 첫번째 비법으로 다가가는 방법


"다양한 경험과 사소한 감동은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의지의 근원이다.

마음을 열고 경험하고 감동을 받아라.

사진을 잘 찍기 위한 첫번째 비법이다."


- 김한준




나는 미술을 전공했다. 그 중에서도 디자인

누구보다 색을 많이 접하고 만지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대학입시를 치를 무렵 선천적으로 색상을 구별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지 못했고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알게된 그 사실은 의학적으로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했지만

삶의 깊은 부분까지 관여해서 여러번 나를 놀라게 하곤 했다.


그래서일까 사진을 접한 후 나는 꽤나 색에 대해서 관대했다.


화이트밸런스나 색보정에 대해서 무심한듯 그렇게 외면하고 흘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어느때인가 누구보다 정확하게 색을 맞춰야 한다고 집착아닌 집착을 했던 시절이 있다.

픽셀 하나하나에 집착하고 색상의 조화와 의미 부여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중요한 것은 외면의 색이 아니라 피사체가 가진 본질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핑크색이 꼭 핑크색으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이 책을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는 시간이 쌓여갈 수록 그만큼의 장비에 대한 갈망도 늘어만 갔다. 없는 돈을 쪼개고 쪼개서 장만했던 수없이 많은 카메라들과 아직도 내 곁을 차지하고 있는 크고 무겁고 비싼 DSLR 카메라 정작 그것들이 가져다 준건 심하게 아픈 어깨와 오른팔의 경미한 떨림


이제 잠시 크고 무겁고 비싼 DSLR 카메라를 내려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크기와 결과는 절대 비례하지는 않는다

단지 크고 무겁고 비싼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면 사진이 얼마나 쉽겠는가."


- 김한준


그래도 아직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나는 미련한걸까 미련이 남아서 일까?





참 많은 시간을 사진과 함께해 왔다. 물론 전문 사진작가나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항상 사진을 곁에 두려고 노력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어려운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인물촬영이다.


처음 사진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 주변 사람들을 정말 많이 찍게 된다.


언제부터였을까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을 찍을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찍을 용기가 없어졌다.


가까운 사람들 조차 화면에 담는게 쉽지가 않다.


그 혹은 그녀와의 교감이 없는 상태로 셔터를 누른다는 것이 어려워졌다.


어쩌면 용기있게 들이대지 못하는  소심한 나를 위한 거창한 핑계거리일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렌즈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를 아무런 교감없이 마주하고 싶지 않다.


표현의 자유와 초상권이라는, 또는 공익이라는 갈래 속에서.

당신의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또는 그들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타인의 아픔을 사진의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김한준






사진뿐 아니라 모든 창작활동에서 내게 가장 힘든것은 바로 제목짓기와 의미 부여하기이다.

경상도 출신에 워낙 무뚝뚝한 가정에서 자라 애초에 감정 표현이라는 것에 서툴기 그지 없었고

내 것을 내 것이라 표현하는 것 조차 손발이 오글거려 힘들어 했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습득하게 되는 다양한 기술들이 나름 조금은 표현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물론 가끔은 나 스스로도 감탄해 마지않을 만큼 오글거리는 표현도 곧잘하곤 한다.


하지만 아직도 내 사진에 제목을 붙이고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서툴고 힘들기만 하다.


예술가와 사업가와 사기꾼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 않던가.


언어라는 포장지는 당신의 사진을 훨훨 날아가게 할 수도 있다.


- 김한준





집착과 관심, 그 경계에서 방황하는 시간이 많다.

그저 약간의 관심에서 출발했지만 어느새 집착이 되기도하고

집착해보려 했으나 미약한 관심으로 끝나버리고도 하니..


아직도 아슬아슬 그 경계를 넘나들 뿐..


"사진의 주제를 정하고 자신의 색깔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병적인 사진 소재에 대한 집착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 김한준





사진을 처음 시작하고 열정적으로 뛰어들었던 때를 되돌아보면

그 곁에 항상 필름이 있었다.

무작정 필름 몇 롤을 들고 떠난 여행, 밤새 현상, 인화하며 암실에서 씨름했던 기억..


어쩌면 손쉽게 바꾸거나 확인 할 수 없었기에 더 아련한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디지털이 보편화 되어버린 지금 내게는 너무나 강력한 포토샵이 그 때의 암실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내 책생 한켠에 놓여진 필름을 보면 괜시리 흐믓해진다.


"조금 부족한 것이 과한 것보다 현명하다.

10년 후에 꺼내 봐도 다시 보고 싶은 사진을 위하여."


- 김한준







여러가지 이유들로 가족 혹은 지인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두지 못했다.

어쩌면 이별뒤에 다가오는 그 허전함을 견디기 싫어서.. 혹은 셀 수 없이 많은 이유로

사진 찍기를 피해왔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여행에서 내가 찍어준 사진한장에 너무나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작지만 큰 행복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한장의 사진이 하나의 행복으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며칠을 벼르고 벼르다가 책장을 넘기면서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내 스스로 하나의 챕터를 마주하면서 질문을 하고 답하는 과정을 거친것 같기도하다.


이럴땐 이렇게, 이래서 이렇게.. 구구절절하지 않다.


간결하다.

그리고 정확하게 파고든다.


읽어가는 내내 정말 친한 형과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좋은 친구와 사진에 대해서 밤새 토론하던 기분.


뜻하지 않게 책한권에서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사진을 조금은 진지하게 대하려고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권할만 한 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작가는 외치는 듯 하다.


자 이제 다시 밖으로 나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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