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봉하마을] "안녕하시죠?"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던 봉하마을을 거닐다. 1부

2011. 11. 13. 03:33여행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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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의 마지막날 할로윈이 이슈가 되고 있을 무렵 아침일찍 차를 몰아 봉하마을로 향했다.
요즘 부쩍 정치에 대한 이슈가 많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일까?

쉬는 동안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에 노무현 대통령이 제일 먼저 떠 오른것은 무슨 연유였을까?

사실 좀 안일한 자세로 아무런 계획도 일정도 동행도 없이 나선 길이라 출발직전 봉하마을의 위치를 확인하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봉하마을이 진영에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여태 안동 언저리 어디라고 추측해 왔던 내 자신에게 더 깜짝 놀랬던 것이다.


봉하마을
주소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설명
상세보기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해서 중부고속 > 영동고속 > 중부내륙고속을 타고도 한참을 달려야 진영에 다다르게 되고 진영읍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봉하마을을 찾을 수 있다.
사실 맘먹고 가지 않는한 쉬운 발걸음은 아닐 것이다.



봉하마을 이정표를 발견하고 사저 부근에 들어서면 가장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저 사자바위 이다.
묘역 뒤로 이어지는 봉화산으로 오르면 정토사를 지나 사자바위에 다다르게 되는데 전망대에서 마을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묘역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흔적과 故노무현 대통령님께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두는 방명록이 놓여져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은 전체를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각 구역의 조성에 대한 이야기와 의미가 초입에 보여진다. 
건축가 승효상 교수가 설계하고 국민들의 참여로 조성된 묘역은 지금껏 봐온 다른 어떤 묘역과도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준다.
설계자 승효상 교수의 대통령 묘역에 관한 생각(출처 : 사람사는세상-봉하마을)



그 시작은 수반이라는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다.
마음가짐을 정돈하라는 의미에서 설치된 이 연못을 지나 묘역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평일, 평범한 월요일 오후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오후시간에 도착하는 바람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상태였고 10월의 마지막이라 해가 많이 짧아지고 있었다.
왠지 서둘러 전체를 둘러보아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진 박석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반 바로 뒤로 이어진 집입계단을 올라야 한다.
낮은 계단을 오르면 넓게 펼쳐진 1만 5천개의 박석들이 여러갈래로 조성되어 있다.

하나하나 여러 사람들의 염원과 추모의 글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동시대를 살고 시대의 아픔에 대해서 동감한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대체 왜 이런것은 모르고 살았을까?
어쩌면 안정된 생활속에 숨어서 그냥 방관하는 입장으로 살아왔던건 아닐까 하는 반성과 약간의 후회를 해본다.



너럭바위를 앞두고 중간 지점의 헌화대에 다다르면 사람들이 하나 둘 다녀간 흔적이 보인다.
마을 입구에서도 꽃을 팔고 있으니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마을 입구에서 사도 될 것이다.

다들 다른 사연으로 이곳을 찾아왔겠지만 경건한 자세로 기도를 드리고 참배를 하는 모습에 왠지 숙연해졌다.

특히 평일임에도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이곳에 와서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뭉클함마져 느낄 수 있었다.



묘역의 좌측으로 바로 그곳 '부엉이 바위'가 보인다.
결코 높지 않은 위치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는 바위산이 야속해 보이기까지 했다.



커다란 태극기를 뒤로 너럭바위가 보인다.
지관스님의 글씨로 쓰여진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고 그 아래로 비석받침이 자리하고 있다.

비석받침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이 신영복 선생의 글씨로 새겨져 있다.



너럭바위 뒤로 보이는 암갈색의 철판은 묘역과 주변의 경계를 나누기 위해서 설치된 곡장으로 처음 설치 후에 추가 공사를 해서 확장을 했다고 한다.
묘역의 내후성강판과 같은 재질로 시간이 지날 수록 깊은 색을 나타내고 은은하게 오랬동안 유지된다고 한다.



짙은 푸르름과 자연 그리고 묘역이 어울어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너무나 소박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던 박석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 냈을까..




우리가 알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과 참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진작 살아계실 때 한번 와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와 마음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이제라도 찾아뵙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돌아서 마을로 다시 들어서면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이 보인다.
과거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통령 임기, 그리고 그 이후의 사진과 영상, 물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손질 되지 않은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경건하게 만들어진 추모의 집도 그분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다.



비가오고 눈이 내리고 한다면 저 사진들은 어떻게 보존이 되는 것일까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로 소박하고 한편으론 부실해 보이기까지 했다.
만약 실제로 봉하마을에 와보지 않았다면 빌어먹을 스머프자식들(파란 응?)의 아방궁 어쩌고라는 말을 그냥 흘려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직접 와보고 느낀 봉하마을의 느낌은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노부로 살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 바람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토록 소박하게 살고자 했던 한 사람의 소원을 우리는 들어주지 못했을까? 

해가 넘어가고 있어서 서둘러 생가를 둘러보고 부엉이 바위에 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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