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그날의 함성

2008. 6. 8. 04:20사진마을/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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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시위라고 부르는 그곳에 다녀왔다.
몇주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도 제대로 전달 하지 못하는 그곳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에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이미 밝은 낮부터 사람들이 곳곳에서 모여들고 있었고 마침 저녁약속이 있었던지라 새벽녘까지 있어야 할 것을 각오하고 가방에 무릎담요와 겉옷한벌, 카메라, 스트로보를 챙겨들고 급히 장소를 옮겼다.

뒤늦게 대열에 합류한 터라 이미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가는 곳곳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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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00 광화문역 부근

우선은 친구들과 합류를 하고 대강의 분위기 파악을 먼저했다. 인터넷을 통해서 지켜보기만 했지 실제로 거리로 나온것은 처음이라 어떤 분위기인지 처음엔 좀 어리둥절했다. 뉴스에서 보던 혹은 조중동이 떠들어 대던 조직적이고 치밀한 폭도들은 어디에도 없었고 길잃은 이방인처럼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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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많이 달랐던 점이라면 3일간의 연휴덕분인가 전국에서 대학생들이 당당히 깃발을 앞세우고 참여하고 있었다. 학교시절 상상도 할 수 없는 열정이다. 취직이라는 핑계로 혹은 치열한 젊음을 핑계로 정작 중요한 것은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살아왔는데 직접 현장에 나와서 어떤게 진짜 교육인지 다시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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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랄것도 없고 누가 선동해서도 아니고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도 아니다. 설령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나와있다고 해도 이렇게 자유스럽고 이렇게 축제에 가까운 시위는 본적도 들은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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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녀린 손목에 쥐어진 작고 초라한 촛불하나가 도대체 뭐가 폭력적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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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넘치는 문구들로 가득찬 광화문 저런 학생들은 그냥 바로 실무에 투입해도 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멋진 아이디어들이 가득했다. 오죽하면 F학점을 각오하고 길거리로 뛰어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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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가 조중동찌라시가 말하는 폭동의 시위가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1.

지구상 어느 시위현장에 음료와 간식거리를 파는 아저씨들이 나와있단 말이냐 -ㅅ- 도대체 눈이랑 귀는 왜 달고 사는것인지. 발빠른 그분들의 장사수완에 잠시 씁슬하기도 했지만 새벽까지 지치고 배고픔을 달랠수 있는 방편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하나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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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곳의 직원이라면 이순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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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청와대의 그가 잘한것이 있다면 다시한번 국민들의 힘을 보여주게끔 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대한민국 국민의 힘을 어둠의 뒷편에서 소주잔만 기울이던 우리를 길거리로 나오게 만든 무서운 힘 그걸 깨닫게 해줬으니 충분히 고마우니 퇴직금이라도 챙겨주고 어디 외국으로 이민휴가라도 보내줘야 하는거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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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 격해지는 사람들을 말리는 "비폭력~ 비폭력~" 진화하는 참여자들과 경찰들 너무나 평화적이고 너무나 평온하고 너무나 축제같은 분위기여서 오히려 지루함을 느낀 사람들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뭐 사람사는 곳 어디든 그렇겠지만 중간중간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무개념 뇌송송 구멍탁 인간들도 간혹 눈에 띄었고, 창설이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예비군 부대와 길가에서 환호하는 여중고생들의 함성소리 또한 진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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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간절한건 이루어 진다고 말하는데 이렇게 간절한 소원은 왜 그곳에 전달이 안되는건지 모르겠다. 왜 멀쩡한 시민들이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서민들이 길거리로 나와서 이렇게 춥고 배고픈 곳에서 건물 담벼락에 기대 웅크리고 잠을 청해야하는건지.. 왜 누군가의 아들이고 형/오빠, 동생일 그들과 그렇게 대치하고 있어야만 하는건지 답답하기만하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점점 진화하는 시위문화가 이미 우리만이 아닌 상대편의 그들까지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  곳곳에서 "에휴 전경들은 무슨죄냐~"라는 소리가 들려올때는 좀 흐믓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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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가 조중동찌라시가 말하는 폭동의 시위가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2.

머리띠 두르고 욕설이 난무하던 과거의 시위잔재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과격해지려는 양측을 시민들이 나서서 진정시키고 화해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토론의 장이 있었다. 그곳에 유일하게 함께하지 못하는 한사람만이 귀를 닫고 자신의 집앞에 사람들이 몰려올까 조마조마 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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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진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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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서 처음 뵙는 장군님 동상이 이렇게 측은해 보일줄이야 ;; 서울하면 젤 먼저 떠오르는 곳 중 하나일텐데 이곳에서 함께 소리지르던 외국인들은 어떻게 광화문을 기억할까.. 부디 찌라시들이 떠들어 대는 것처럼 나쁜 모습만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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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의 이동에 지쳐버린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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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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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죽었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있었는데 적어도 오늘 하루 내가 본 광화문의 거리에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확실히 느끼게 해줄 수만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요즘 애들은 안돼~"라고 손가락질 하는 어른도 없었고, 어른과의 대화를 꺼리는 10대도 손가락질과 비평만 일삼는 사람들도 그곳에는 없었다. 모두 하나되어 외치는 말은 단 하나였다. "고시철회~ 협상무효~"

사실 청와대로 무작정 몰려가서 다 까부시자는게 아니다. 단지 지금 국민들이 하는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는 거다. 그런데 사상유래없는 주차신공으로 모든 길을 막고 사람들을 고립시킨채 서로 대치하게만 만들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이없고 화가났다. 이렇게 평화적이고 아름다운 축제를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현장으로 바꿔버리는 지금의 상황도 진저리난다.

직접 나와서 느껴보고 말을 전하라는 말 외에는 무엇도 설명이 안될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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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너무나 훈훈했던 김밥 ㅠ.ㅠ 고마워요 DC횽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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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함께한 친구녀석들

긴 시간 방관만 하다가 겨우 하루 나와보고 장황하게 늘어놔서 겨우 하루 겪어본걸로 뭐 그리 지껄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적어도 내가 겪어본 하루는 29년을 살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길고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못함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최소한 내 눈으로 직접보고 판단하고 싶었다.

6.10일 (화) 7시 시청역 광장에서 대규모의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 바빠서 한번밖에 가지 못했지만 저도 화요일만큼은 죽일놈의 야근을 뒤로하고 다시한번 현장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국민의 힘을 모두 함께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화요일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애쓰고 계신 모든분들과 전경들이 한명의 부상자도 없이 무사히 귀가하는 그날까지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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