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엄마를 부탁해][문학 및 만화]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2009. 2. 17. 23:02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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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엄마를 부탁해 - 10점
신경숙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집을 떠나 산지 벌써 11년이 넘었는데 문득 문득 드는 집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지는 기분을 또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직장동료가 권해주는 탓에 못내 받기는 했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먹먹함이 쉬이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난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경상도의 그것도 아들만 둘인 가정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께서는 7남매의 맏아들이며 뼈속깊이 경상도 남자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내가 엄마에 대한 애정표현이 넘쳐났을리가 만무하다. 아니 어쩌면 자라면서 혹은 학교든 어디에서든 살가운 애정표현을 배워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덕분에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도 많이 주었고 그런 대가로 항상 남들보다 노력하면서 살아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이책 쉽게 보았다. 아니 우습게 시작했다. 군시절 전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무렵 누구나 그러하듯이 소설책에 흠뻑 빠져 살았었고 그 사이에 읽은 무수히 많은 책들이 대부분 눈물을 자아내는 최류성 소설들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런 소설책이 넘쳐났다. 남자냄새 물씬 풍기는 내무반에서 한쪽 구석에서 눈시울을 붉히면서 몰래 닦아내던 눈물의 기억이 담긴 소설들. 그래서 이런 책을 보는 것에는 이골이 났다고 생각했다. 근데 책장을 넘기고 "너"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아니 한장 한장 넘어 갈수록 이거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책장을 넘기지 못할 만큼 가슴이 답답해져서 책을 던져버리기를 수십번 반복하기도 했다. 내용이 사무치게 슬프거나 극단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그 사실에 나 또한 포함 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딸이 아니라 딸의 입장에서 여자로서의 엄마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니 평생을 가도 이해불가의 영역이겠지만 아들과 딸의 입장을 넘어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미안함이 내안에 온전히 자리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난 미안한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그리고는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퉁명스럽고 무뚝뚝한 아들로 돌아 올 것이다. 수십번 더 다짐하지만 생각보다 먼저 그렇게 행동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일 아침 난 책한권을 더 주문할 생각이다. 누군가에겐 딸이었을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살가운 가족이 되기위해서..

남은 책장을 마저넘기고 오늘밤은 먹먹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http://progom.tistory.com2009-02-17T14:02:44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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