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제주도 여행 - 경상도를 넘어 전라도로..

2008. 9. 4. 00:24여행마을/2006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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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떠나고 싶었다.

2005년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번번히 좌절되는 취업의 기회와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는 하루하루에 견딜 수 없을 만큼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처음 한두번은 그러려니 했는데 반복되는 면접과 취업 좌절에 짜증만 늘어가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그 짜증을 돌리고 있었다.

유난히 추웠던 2월 무슨 생각이었는지 미치도록 바다가 보고 싶었다. 항상 가던 포항이나 부산이 아닌 진짜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그런곳에 가보고 싶었다. 그때 마침 같이 살던 A군이 여름에 다녀온 제주도 안내 책자를 보고 문득 든 생각이 아직 한번도 제주도에 가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최대한 힘들게 제주도를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가방안에 옷한벌과 카메라 2대를 집어넣고 훌쩍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캄캄한 밤길을 3시간여 달려 광주터미널 어딘가에 날 내려놓았다.

미칠듯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막을 공간을 찾아 두리번 거렸지만 공사중인 터미널은 너무나 추웠고 사람들이 모인 대합실 한켠에서 또 다시 완도행 차표를 들고 아침이 밝아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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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가 뜨기도 전에 첫차가 터미널에 들어오고 또 얼마를 달려가야 할지도 모른채 완도행 버스에 올라 갈길을 재촉했다. 광주까지 왔지만 밥한끼 먹지 못하고 서둘러 완도를 향해 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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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 완도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것은 근처 사우나에서 씻는일!! 밤새 대구에서 부터 달려와서 바닷바람을 마시고 나니 온몸이 찌뿌둥하고 끈적거려 씻으러 달려갔다. 가볍게(?) 빵으로 아침을 떼우고 급하게 여객터미널로 향했지만 왠걸...;; 풍랑 주의부 때문에 오늘 배편은 결항이란다 -_-;;

한겨울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질거라곤 생각도 못해봤으니 이 얼마나 낭패인가.. 부랴부랴 한일 고속훼리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했더니 목포에서는 배가 뜬다고 한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장 완도 터미널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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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먹었고 이미 근처도 한바퀴 돌았는데 목포가는 버스는 3시간 뒤에나 온단다..;; 멍하니 인증사진 하나 찍어주고 급하게 완도 주변에 있다는 "해신" 촬영장으로 향했다. 마을버스에 몸을 실고 20여분을 달려서 바닷가에 조그마한 마을에 도착했다.

벌써 2년전이라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드라마에 나왔던 그 세트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평일 오전인 탓에 한적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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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지를 직접 본건 처음이라 이렇게 정교하게 지어진 대규모 세트인줄은 처음 알게 되었다. 드라마를 위해서 들인 공이 이정도 일줄은 몰랐던 지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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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의 포구를 재현해 놓은 길 마을에서 바닷가로 길게 뻗은 길을 따라 걸어나가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주위에 떠 있는 배들이 과거로 여행을 온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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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의 끝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 드라마에서 처럼 번성한 포구의 모습은 없었지만 한적한 어촌마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재밌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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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더 많은 곳이 있었지만 시간상 다 둘러볼 수는 없었고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목포행 버스에 올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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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과거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완도 터미널의 모습. 마음이 포근해지고 경험하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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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판매대에 놓여진 신문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판매대가 너무나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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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터미널에 도착해서 어렵게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위치를 찾기가 어려워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잘 찾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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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에 대구 > 광주 > 완도 > 목포를 거쳐 드디어 제주행 배에 올랐다. 난생 처음 타보는 여객선에 흥분도 되고 바다 건너 제주로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껏 들떴다.

혼자 가는 여행인 탓에 3등객실을 끊었는데 생각보다 배삯이 싸고 시설도 우려했던 것 보다는 괜찮았던 터라 기분이 좋았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이용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부산이나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배도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멀리를 심하게 하는 사람은 거북할 수 있으니 완도나 목포에서 이용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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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돌아다녀 피곤했던 탓인지 선실에 들어서자마자 잠시 잠을 청하고 일어나서 허기를 달랠겸 배안에 마련된 매점(배에 이런것 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ㅅ-)에서 삼포만두 한봉을 사서 갑판으로 나섰다. 2월의 바닷바람이 볼살을 찢어 놓을 듯 매섭기는 했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많은 섬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혼자여서 아쉽기는 했지만 또 반대로 혼자여서 즐겁기도 한 여행길. 많은 생각들은 잠시 접고 길을 따라 움직여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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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제주까지는 대략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물론 접항하는 시간에 따라 육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더 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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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제주시의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드디어 제주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서 들어온 배의 처리가 늦어져서 배에서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몰려나오고 나도 서둘러 짐을 챙겨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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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감격적인(?) 상륙의 순간을 만끽하고 기념 사진한장! 터미널을 벗어나 시내로 향해야 하지만 사전 정보고 전혀 없는 탓에 지도에 나온 번화가?를 찾아 가야만 했다. 늦은 시간 버스파업으로 인해 이미 제주시에는 버스가 운행되지 않고 있었고 무작정 걸어나가기에도 거리가 너무 멀어 보였다. 하지만 뭐 어차피 길따라 왔으니 길따라 가다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결국은 택시를 타고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가게 되었다. 자신의 아들또래라며 육지 손님인 나를 친절하게 싸고 시설좋은 모텔로 안내해주신 택시기사님!

제주의 첫인상을 아주 좋게 남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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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신난 하루가 저물었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에 도착은 했지만 계획이 없는 여행이라 고민도 없었다.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쉬는게 목적이니까

그렇게 제주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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