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울푸드] 영혼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이야기 <소울푸드>

2011. 10. 22. 15:06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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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소울푸드 - 10점
성석제 외 지음/청어람미디어


"당신의 소울푸는 무엇입니까?

빨간색 표지의 이 책을 접하면서 소울푸드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책 제목 하단에 자리한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라는 말이 처음엔 무척이나 모호하다고 생각했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1인의 작가가 음시과 자신의 삶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단편 형태의 짧은 구성이라 쉽게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게 최고의 장점이다. 

구성은

1. 그토록 뜨거웠던 순간의 청춘 한 스푼

주먹밥의 맛_ 백영옥 
내 친구가 만드는 과자, 이브콘_ 조진국 
당신의 첫 피자는 어떤 맛이었나요?_ 서유미 
연애는 한 그릇의 카레라이스_ 안은영 
햄버거에 대한 명상_ 이화정 
온몸을 깨우는 매콤함, 빨계떡_ 박상 

2. 마음의 고향, 짭쪼름한 그리움 한 방울

영혼의 거처_ 성석제 
지금 익숙한 것을 처음 만났을 때_ 한창훈 
수제비와 비틀즈_ 김창완 
엄마표 된장찌개_ 이충걸 
남쪽 나라에서 온 사나이_ 이우일

3. 낯선 길 위에서 건져낸 삶의 의미 한 움큼

달밧, 내 영혼의 다이어트_ 정박미경 
라면은, 완전식품이다_ 김어준 
토스카나의 수프를 추천하네_ 박찬일 
퓨전, 길에서 얻은 음식_ 노익상 
바닷내가 나는 밤이면_ 황교익

4. 내 몸에 흐르는 달콤쌉싸래한 추억 한 모금

커피향 엄마를 기억하세요?_ 이지민 
커피, 벗어날 수 없는_ 조동섭 
혼자 마시는 술_ 차유진 
재즈, 와인 그리고 박사님_ 남무성 
삶이 담긴 술잔_ 강병인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럴듯 하지 않은 주제가 없다. 
하지만 각각의 음식에 자신들의 사연이 오롯이 녹아 있어서 보는 내내 나의 소울 푸드는 무엇일까 반문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각 챕터별로 기억에 남는 음식에 관한 '나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1.'이브콘'에 관한 나의 추억도 각별하다.

어릴적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교와 2시간여 떨어진 곳으로 가족들은 전체가 이사를 했다.
지금은 차도 다니고 도로도 잘 되어 있지만 그 시절에는 지독한 어둠과 상점, 오락실하나 없는 오지 아닌 오지였다.
사방이 공장으로 둘러 쌓여있고, 일면식도 없는 아지아?(아는 아저씨)들 손에 이끌려 주변을 구경하는게 전부였던 시절이다.

사는곳이 그러하다보니 사실 맛있는 간식이나 과자류에 대한 추억이 많을리가 없었다. 

그 시절 우리집은 함바집(공업단지 내 식사가 가능한 포장마차)을 운영했던 터라 거의 모든 주전부리가 지금의 술 기본안주와 같았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단맛과 매콤한 끝맛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이브콘'은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어린 내게는 과분할 정도의 사이즈와 그 안을 빼곡하게 채운 이브콘의 맛은 그 후로 한참동안 내 식탐을 자극했고 잠들기 직전까지 입에 물고 오물오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2. 경상도발 전라도식 엄마표 찌개

어릴적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내겐 천국과 같은 맛이었다. 
장사를 오래 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엄마의 음식맛은 항상 진화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인가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며 늦은 저녁에 지친 우리 형제를 깨워 시식?을 시키기도 하셨다.

전라도 해남이 고향이 아버지와 경상도 의성이 고향이 어머니, 그리고 두분이 자리잡은 대구시의 맛이 하나로 믹스되어 예상치 못한 맛이 만들어졌다.

그게 무슨 차이냐고 물어보신다면 아직 각 지방의 대표 음식들을 맛 보지 못한 탓이리라.

집을 떠나 벌써 객지 생활을 한지 12년이 되다보니 여전히 한가지 맛으로 정의 할 수는 없지만 엄마표 찌개가 그립다.




3. 라면은 완전식품이다?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요리'이다.

성인이 된 남자가 집에서 가장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요리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혼자 나와서 살다보면 이 음식이 요리로 진화를 하게 되어있다.

라면에 갖은 재료들을 넣고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그것은 이미 단순한 완전식품 라면이 아닌 하나의 멋진 '요리'가  되는 것이다.

복학을 하고 친구 3명과 함께 둥지를 틀고 생활을 한적이 있다. 그때 평생 시도할 라면에 대한 모든 조리가 완성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냉이를 넣은 냉이라면, 떡과 참치, 김치는 기본이고, 김치찌개를 재활용한 라면, 그 라면을 재활용한 부대찌개;;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1:1비율로 섞은 짜파구리 등등

지금 생각해도 입에 군침이 도는 레시피들이 한가득이다. 




4. 여행지에서 혼자 마시는 술잔에 인생이 넘친다.

성격탓인지 유독 혼자서 여행하는 경우가 많았던 지라 여행지에서의 만찬은 생각보다 즐기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여행지에서의 피로를 풀어주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혼자 마시는 맥주 한캔의 여유였다.
평소에 그렇게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집에서도 혼자 마시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여행지에서 맨정신으로 잠드는 것은 다 그린 용에 눈을 그리지 않은 것과 같다는 생각 때문에 이제는 습관적으로 그렇게 하게된다.

하루의 피곤을 맥주 한잔의 노곤함에 실어 그대로 잠드는 것이 최고의 저녁을 보내는 비결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가을 유럽에 갔을 때 물이나 커피대신 맥주를 항상 끼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잊을 수 없는 맥주의 맛은 자칫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착각마져 불러 일으킨다.


21인의 소울푸드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내 기억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던 추억의 소울 푸드를 떠올릴 수 있게해준 <소울푸드>에게 감사! 


소울푸드삶의허기를채우는영혼의레시피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성석제 (청어람미디어,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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