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다시쓰는 피로곰의 그저그런 사용기 #3 <Canon EOS-30>

2008. 6. 18. 23:32사진마을/카메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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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가을 나에게도 시련이 찾아 왔으니 그것은 남들 다 영접했다는 바로 지름신이다.

당시에는 나조차도 알지 못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그 순간의 실수로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의 험난한 기로에 들어서 있었던 것이었다.

술김에 G3의 방출을 결정하고 몇날 몇일을 검색하던 결과 친구녀석이 영입한 eos-30과 eos-5를 놓고서 경합을 벌이던 중 그래도 최신 바디라는 점과 5보다는 더 멋지게 생겼다는 친구녀석의 주관적인 충고에 현혹되어 eos-30(이하 삼공이)의 영입을 결정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된다.

마침 옥X에 괜찮은 매물을 발견하고 G3를 처분한 돈에 접시 닦아서 번돈을 얹어 28-105렌즈와 바디, 그립 그리고 삼각대까지 풀셋으로 구입하게 된다.

사진을 전공하던 여학생이 썼다는 말처럼 상당히 깨끗한 바디가 나의 기분을 매우 좋게 만들어 주었고 그 위용에 당시에도 G3를 영입하던 때 처럼 몇일동안을 카메라를 끌어안고 밤을 지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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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선입력, 저소음 작동
- 7포인트 AF
- 35zone 평가측광
- 13항 커스텀기능
- TTL자동 플래시 시스템
- 최고 셔터 속도 1/4000초
- 플래시 동조 속도 1/125초
- 초당 4컷 고속 연속 촬영


셔터 상하주행식 focal plane
셔터스피드 30초 ~ 1/4000초
파인더형태 Eye level pentaprism
파인더자료 셔터스피드, 조리개, AE 잠금, 피사계심도 우선 AE, Focusing Point선택 모드, 노출값, 노출보정, 플래쉬 충전/플래쉬 노출보정, Manual, 자동초점,Auto exposure bracketing, 적목감소, High speed syncro, CAL,FEE,DEP점표시, Eye controlled focus
노출측정 35zone 부분측광(9.5%) 중앙평균 측광
측광범위 EV 1-20 (ISO 100, 50mm f/1.4렌즈)
필름감도(ISO/DX) 25-5000 / 수동시 6-6400
노출보정 ±2 (1/2단계식 증감)
노출모드 5 Program image control, Intelligent program AE, 셔터우선, 조리개우선, 수동, 피사계심도 우선 AE, TTL Flash AE, A-TTL Flash AE, E-TTL Flash AE
FLASH AE E-TTL / A-TTL / TTL
FLASH 공조속도
(sec,최대)
1/125(1/4000:EX Speedlites)
다중 촬영(매) 9회
초점 7포인트 AF (TTL-CT-SIR),
One Shot AF, AI Servo AF, AI Focus AF, Eye controlled focus, 수동
필름장착/이송
(연속 촬영)
자동 / Single (4 fps)
SPECIAL FEATURES Silent film transport, 내장플래쉬(GN 13-17), 적목감소, Mirror lock-up/self timer, AF보조광, Auto exposure bracketing, Custom function
전원 CR123A
DISPLAY 뷰 파인더, 액정판
셀프타이머 10초
크기(WxHxD:mm) 146.7 x 103 x 69mm
무게 g 580g


이때까지도 난 셔터와 조리개의 개념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무엇이 무엇인지 나에게 중요한것은 나도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셔터를 누르기란 쉽지 않았다.

그때 그때 떠오르는 필름값과 스캔비용의 압박 -_-a

소심한 나로서는 최대의 위기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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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어떤 필름을 사용했는지도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정리하는 버릇이 좀 고지식하다. 이것저것 다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파일에 끼워넣고 왠만한건 다 적어둔다. 그덕에 몇년이 지난 사진들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두번의 컴퓨터 포멧 대형사고로 많은 양의 파일을 유실하긴 했지만 아직도 건재한 녀석들이 많다.
이무렵 나에게 스승은 여러 대형 클럽들과 내 친구녀석이 유일했다.

아는것도 없지만 메뉴얼 보는것은 더욱 더 싫어했는 나는 몸으로 깨닫는게 제일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충실하게 실행했다.

처음 Av모드를 알고나서 나는 모든 상황에서 Av모드를 이용해서 촬영을 했다.

실패확률이 제일 적고 도촬에 최고라는 생각에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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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다만 각자가 편한 방법대로 사용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혹자는 말한다. 카메라에 있는 기능 최대한 활용하는게 좋은거 아녀? 있는 기능을 왜 안쓰냐??
물론 맞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그렇냐 자기가 사용하고 편한걸 주로 이용하게 되는게 사람아니겠느냐..
나역시 마찬가지다. Av모드에 맞추고 삐빅~소리가 나면 그때 셔터를 누르면 그걸로 땡이다.
한번도 노출의 변화와 조리개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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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럽은 사진이 마냥 즐겁기만 했기 때문이다. 한번도 과제를 위해서 셔터를 누른적이 없고 그냥 단순히 내 만족을 위해서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찍는게 즐거웠기 때문에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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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공이를 사용하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이전에 사용하던 G3와는 다르게 사진찍는 맛이 있다는 것이었다.

뷰파인더로 보이는 화상과 필름을 맡기고 찾아와서 컴퓨터로 보기까지의 절묘한 기다림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실망과 만족감.. 이러한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얻어지는 알 수 없는 깨달음까지.. 그 순간들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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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를 알고 필름을 알게 되면서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어떤 필름이 좋은건지 연일 공부하고 또 보면서 이것저것 생각하게 된다.

어떤 필름이 좋다더라~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여기 저기서 주워듣는 이야기도 늘어나고 나날이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몸은 점점 축나고 -_-a(필름값의 압박)

리얼라를 사용하게 되면서 점점 나는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안그래도 쪼들리는 학생생활에  밥은 못먹어도 필름은 사야된다는 생각과 가끔씩 느껴지는 회의들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도 결과물을 볼때마다 결제창을 누르고 있는 내 손을 보면 난 참 무지막지한 놈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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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막눈이다. 무엇이 좋은 사진이고 어떤게 색수차고 해상력이 어떻고 그런거 잘 모른다. 너무 몰라서 공부해보려고 책도사고 글도 많이 읽었는데 정작눈에 보이는게 없다.

디자인을 전공하다보니 어떤 색감의 미묘한 차이도 다 이쁘게 보이고 나름의 색이 조화만 이룬다면 뭐가 잘못인지 깨닫지 못하는 직업병에 빠져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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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주제를 찍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딱히 한적이 없고 그저 느낌이 오면 바로 바로 눌러댔다.

그렇게 찍어댄게 30롤이 넘어 버렸다.

20롤정도를 넘어설 무렵 어떤 감이 왔다.

카메라가 내손에 감긴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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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녀석의 말도 안되는 시야율 때문에 낭패를 겪기도 했다. 구성적 사진을 즐기는 탓에 레이아웃을 중시하는 편인데 피사체를 배치하고 촬영을 한 후에 현상을 해보면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들이 걸쳐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기억이 맞다면 이녀석 94%, 9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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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종류의 렌즈를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시그마라는 녀석을 만나고 나서 새로운 세계를 맛본거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색수차나 해상력에 대해서는 고민해본적이 없기에 시그마 24-70이 주는 느낌은 가히 충격에 가까웠다.

24미리로 바다를 촬영하고 나서 현상을 했을 때 결과물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에 난 정말 놀랬다.

렌즈 자체의 뽀대(?)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겨우 4미리 차이에서 오는 시원함과 광각의 왜곡이 즐겁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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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니콘과 캐논을 넘나들면서도 유난히 시그마렌즈를 즐겨썼고 아직도 시그마에 대한 향수는 남아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써보고 싶은 첫번째 렌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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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살면서 제일 서럽게 느껴졌던 것이 흑백필름에 관한 것이다.

일반 T-MAX로 촬영하면 하루만에 현상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알게 된것이 T-400CN이다. 컬러 현상소에서 현상이 되는 요상한 놈이다.

당시에 흑백은 내게 큰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기에 그리 오랬동안 내 곁을 지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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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앞일을 누가 알게 될것인가? 망원이라는 세계를 알고나서 며칠을 끙끙 앓았다.

없는 용돈을 쪼개서 또 헝그리 망원을 지르고야 만다. 75-300 USM 사고나서 얼마나 뿌듯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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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친구녀석과 차를 몰고 포항으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난 깨달았다. 망원이 별 쓸모가 없음을.. 주로 촬영에 사용하는 영역대가 28미리와 35미리대였던 나로서는 망원이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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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던것 같다. 시간만 나면 아니 주말만 되면 무거운 짐들을 어깨에 걸치고 전국 곳곳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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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을 접하고 나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면 삼공이를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많이 어렵고 이해도 안되었지만 점점 시간이 길어 질 수록 이녀석이 내 일부가 되어 간다는 생각이 짙어지고 점점 더 익숙해 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이 녀석도 니콘이라는 새로운 모험앞에 무릎을 꿇고 자리를 내어 주게 된다.

아직도 나는 삼공이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다.

많은 카메라를 접하고 기변을 수없이 해왔지만 이직까지 삼공이 만큼 감성을 자극했던 카메라는 없는거 같다.


아직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 정답을 찾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기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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