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다시쓰는 피로곰의 그저그런 사용기 #2 <Canon PowerShot G3>

2008. 6. 18. 14:09사진마을/카메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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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후 첫학기가 중반에 이를 무렵 나는 정말 힘든 결정을 하겠되었다. 아끼던 P-2를 방출하고 기변을 감행하게 된 것이다.
피가튀고 살이 터지는 겨울 주방 알바를 하면서도 온통 머리속은 카메라 카메라 뿐이었다.

물망에 오른 대상은 소니 717과 캐논 G3 당시 캐논에서는 최고 기종-_- 이었으며 무엇보다 가격이 717보다 저렴했다.(당시 717은 100만원을 호가하는 부의 상징 ㅡ.ㅡ)
이녀석을 고르기 위해서 나름대로 벤치마킹을 사흘 밤을 낮처럼 여기며 디시인사이드에 매달렸다.
우선은 친구녀석에게 P-2를 저렴한 정말 저렴한 가격에 넘겨버리고 약 두배에 달하는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전선에..(주말 호프집 주방 알바) 뛰어들어 처절하게 몸부림을 쳤다.

주말저녁 미친듯이 몰려오는 손님들을 맞으면서 내 머리속엔 오로지 G3만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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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달이 지나고 내손에는 정품 신품!! G3가 쥐어졌다.
감격스러운 마음에 아마도 이틀은 밤을 지샌거 같다.
물론 스펙에 관한 이야기들은 많은 사이트와 지면에서 다루었으므로 생략하기로 하자.

기계공학이나 전자쪽과는 거리가 있는 관계로 기계적 성능이나 색감의 차이에 대한 미묘한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전의 카메라에 비해 달라진 점은 우선 손에 잡힐 정도로 커졌다는것과 LCD가 회전한다는 것. 그리고 화소가 400만으로 뻥튀기 되었다는 것이다.

이 시절 카메라는 나에게 일종의 자부심이었다. 매일 밤마다 새로 나오는 카메라들의 스펙을 거의 다 파악하고 현재 시세와 중고로 거래되는 현황까지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폐인의 길로 가는 중턱에 있는거와 다름 없었다.

카메라를 구입하면서 필수로 따라오는 삼각대를 한꺼번에 저지르고 제일 먼저 한것은 야경촬영이었다.
아직까지 한번도 해본적도 없고 어디서 이야기 들은 적도 없지만 무작정 삼각대와 카메라를 울러메고 학교담을 넘어 -_-(우리학교 아직도 10시가 넘으면 교문이 잠긴다.) 야경촬영에 도전했다.
본인이 몸담고 있는 미술대학 본건물의 늠름한 모습을 촬영하고 뿌듯한 마음에 LCD를 한참을 쳐다 봤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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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 당시는 몰랐지만 브라켓팅을 몇컷을 했는지 모른다.

그 때는 몰랐지만..(브라켓팅은 마음속에 있는거니까~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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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 LCD덕에 한 몇달간은 바닥에 붙어 다니다 싶이 했다. 모두들 나를 보면 "너 거기서 뭐하냐?" 이게 인사였으니..ㅡ,.ㅡ 그 덕에 생각지도 못한 구도의 사진도 많이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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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나는 또다른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바로 악세사리 뽐뿌!!
역시나 아직도 허우적대곤 있지만 이무렵 혈기왕성한 나의 열정에 악세사리 따위 돈주고 산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본인은 산업디자인과 출신이다.) 줄톱사포만 있으면 못할것이 없던 시기였다.
소니 정품 후드가 5만원이 넘는 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정말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사포를 손에들고 미친듯이 갈아댔다.
그 결과 이런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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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 도색전에 깔끔 마무리를 짓고 마운트 부분역할을 해줄 업링과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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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도색과 강력본드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떡진 후드가 만들어지고 한동안은 그럭저럭 만족하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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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전국 방방 곳곳 발길이 닿는 곳을 다 뒤지며 무작정 눌러댔다.
뭐 아는 것이 없으니 고민할 것도 없었고 고민할 것이 없었으니 사진도 즐거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이녀석과 함께하는 시간이 차츰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애정이 식어 시들해질 무렵 나는 다시 악세사리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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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모 회사에서 제작준비중이던 LCD후드를 눈대중으로 보다가 우연히 비슷한 도면을 입수, 수정을 거쳐 작업에 착수 하게 된다.
화방에서 구입한 빳빳한 종이(종이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를 이용해서 자르고 붙이고 참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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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지난번에 만든 후드를 바탕으로 구입당시 52mm였던 경통을 58mm로 업글을 하고 바로 후드 제작에 돌입 완성형 2호기를 제작하게 되었다.
경통과 필터의 단차를 이용해서 끼우는 방식이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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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좀더 당당한 모습으로 무작정 사진의 세계를 만들어 가며 주변사람들을 끌어모아 과내에 써클을 조직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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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 모드를 이용한 아웃포커싱 흉내내기에 푹 빠져 한동안 정말 많은 사진들을 땅에 쪼그리고 앉아 찍기도 하고 어설픈 접사로 근접촬영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 즈음 한찬 번성중이었던 카페를 통해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고 처음으로 동호회 컨테스트에서 인화권이라는 것도 받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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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의 시행착오와 반복 촬영의 결과로 어느정도 노출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동아리 사진전에 사진도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사진이라는 놈에게 빠져버리는 실수를 하게 만든 카메라 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G3는 접사도 어정쩡하고, 느린 포커싱투박한 디자인 등 나쁘게 여겨질 수도 있었다.
그 당시 경쟁상대였던 717에 비해 형편없는 취급을 받기도 했었고 때로는 불쑥 튀어나오는 렌즈를 보고 놀리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기계가 주는 감성의 수치를 말로 표현 할 수만 있다면 G3가 내게 준 감성지수는 100% 그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완벽하지 않아서 다듬을 여지가 남아있는 도전정신을 느끼게 하는 예술품처럼 G3는 내게 많은 시도와 끊임없는 관찰을 할 수 있는 자세를 주었다.(뒤에서만 보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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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친구녀석의 갑작스런 카메라 구입과 더불어 정말 어이없게 술김에 기변을 결정하게 되고 나는 다시 사진이라는 놈에게 발목을 잡힐 짓을 저지르고 만다.

그것은 필카로의 기변~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내가 장비병의 첫길로 접어들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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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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