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즐거운 편지'
내 그대를 생각함은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은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에 떨어지고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 '즐거운 편지'
201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