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즐거운 편지'

2013. 3. 28. 00:36이야기마을/오늘하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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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은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에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 '즐거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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